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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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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쟁] 추경이 ‘민생안정’의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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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3
(출처 : 월드뷰 www.theworldview.co.kr 2026년 8월호)
김원식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국민에게 국가부채란?
최근 발표된 ‘2026 OECD 한국 경제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비율이 2050년에는 GDP 대비 200% 수준에 이르게 될 것으로 추정하였다. 드러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는 우리나라에 심각한 경고를 던지는 것이다. 국가부채의 주요 증가 요인은 성장정책을 뒤로한 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정부 지출과 이재명 정부의 기본소득형 민생안정 지출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회에서 국가부채는 개인이 빚덩어리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인이 빚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경제활동이 사실상 정지되고 재산이 압류되는 수모까지 감수해야 한다. 국가부채도 마찬가지다. 부채가 증가하면 사채 수준의 높은 이자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자나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국가 재산을 해외 채권자들에게 팔아넘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적자원밖에 없고, 그나마 저출산으로 인구가 반 토막 나는 상황의 우리 국민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2050년대의 우리나라 모습이 이렇게 된다고 보면 된다.
이재명 정부의 추경 따라보기
이재명 정부의 예산과 추경은 정부 출범 이후로만 국한해서 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왜냐하면 2024년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22대 국회는 당시 이재명 대표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그의 정책을 입법권으로 거의 모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있으면서 절대다수인 범야권 192석(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등)의 국회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을 거의 무력화시키면서 민주당 주도의 추경을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탄핵 대상이 되어 무기력해진 한덕수 대행체제는 민생 회복의 마중물이라는 명분으로 2025년 4월 추경안을 제출했고, 이 추경안은 정부안 제출 후 불과 11일 만인 5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추경안의 전체 규모는 13조 8천억 원이었고 국회는 1조 6천억 원을 증액시켰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소상공인 등의 민생지원(지역사랑 상품권 발행 등) 5조 1천억 원, 산불 등 재해 재난 대응 3조 3천억 원, 통상 및 AI 지원 등에 4조 5천억 원이었다. 재원은 기금여유재원 1천억 원과 1조 4천 억 원의 국채 발행으로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총액은 1,273조 3천억 원에서 1,280조 8천억 원으로 7조 5천억 원이 늘었다. 국가부채는 GDP 대비 48.1%에서 48.4%로 상승하였다. 추경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민생지원금 요구는 그대로 반영되었다. 또한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2005년 본예산에서 전액 삭감했던 검찰의 특정업무경비와 감사원의 특수업무경비가 복원되었다. 항상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예산이 정치의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하고 2025년 7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5년도 2차 추경 규모는 정부안에서 국회가 1조 3천억 원을 증액시킨 31조 8천억 원이었고, 국채 발행액은 19조 8천억 원이었다. 내용은 경기 부양에 15조 2천억 원, 민생회복 소비쿠폰(국민에게 1인당 15만 원에서 50만 원 지급) 등 민생 안정에 5조 원 등이 배정되었다. 이에 따라 2025년도 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 규모는 29조 원에 이르렀다. 2025년 1~2차 추경에 따라 총지출은 703조 3천억 원으로 늘었고, 국가부채도 1,301조 9천억 원으로 GDP 대비 49.1%를 기록했다.
2026년 들어 정부예산은 사상 최초로 700조 원을 돌파해서 728조 원으로 8.12%가 증가하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 4년 만의 최대 증가율이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269조 1천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37%이고 전년 대비 8.2% 증가하였다. 이러한 규모의 예산이라면 정치적으로도 이재명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민생안정 재원이 배정됐을 법하다.
그런데도 2월 26일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예산을 미리 충분히 당겨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다시 추경을 편성하였다. 3월 31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6조 2천억 원 규모의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가결하였다. 국회는 예산안이 회부된지 단 10일 만인 4월 10일 처리하였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급등의 충격으로부터 민생을 안정시키고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추경 내용 중 대표적 사업은 역시 민생안정을 위한다며 4조 8천억 원이 투입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소득하위 70% 이하 국민과 차상위·한부모 가구, 기초생활수급자 등 총 3,577만 명에 1인당 10만~60만 원씩 지급되었다. 하위 70%에 지급되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가 급등은 빈번히 발생했던 이슈이고 굳이 대응한다면 추경보다는 유가 안정 정책의 전환이 훨씬 효과적이다.
추경에 따른 예산규모의 변화를 보면 총지출은 727조 9천억 원에서 753조 1천억 원으로 늘어난다. 총수입은 이미 징수된 초과세수를 포함하여 675.2조 원에서 700.6조 원이 되었다. 올해 초과세수의 증가는 반도체 경기의 호황과 주가가 급등한 증시의 활황에 따른 파급효과이다. 그러나 반도체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다양한 민생지원금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가계의 민간부문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민생안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간부문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가계부채는 2,342조 7천억 원, 기업부채는 2,907조 1천억 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각각 3.0%, 3.6% 늘었다. 문제는 민간 부채의 구조가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 잔액은 1,095조 5천억 원으로 최대 규모이다. 연체액은 20조 원, 연체율은 2%대로 최근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외부감사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39.3%라고 발표하였다.
‘2024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를 기준으로 최근까지의 재정 상황을 비교하면 정부지출은 529조 5천억 원에서 753조 1천억 원으로 42.3% 증가했고, 세입은 539조 9천억 원에서 700조 6천억 원으로 29.9%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1,175조 천억 원에서 1,412조 8천억 원으로 규모에서 20.2% 증가하였고, GDP 대비 46.1%에서 50.6%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거의 모든 추경은 사실상 민생지원금의 구실을 만들기 위한 추경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
또, 추경?
문제는 올해 후반기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초과 징수된 세금을 공유하는 추경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반도체 관련 수익이 국가의 인프라를 통한 공유이익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 관계자는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특정 기업만의 노력뿐만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국가 인프라, 교육 시스템,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 등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는 인식을 보인다. 따라서 AI 인프라 시대의 막대한 초과 이익 중 일부를 ‘국민 배당’이나 사회 투자 확대의 형태로 환원하여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주식시장은 깊은 우려를 보이며 코스피가 급락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결국 또다시 민생지원금을 명분으로 한 추경이 예견된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가서 ‘기획예산처’가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여 미래성장동력 창출, K자형 양극화 해소, 청년지원 등 미래투자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K자형 양극화 해소나 청년지원도 유사 민생지원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초과세수는 국가재정법 제90조 3항에 따라 세계잉여금의 100분의 30 이상은 공적자금상환기금법에 따른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우선 출연하여야 한다. 또한 3항의 규정에 따라 출연한 금액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의 100분의 30 이상은 다음의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 첫째, 국채 또는 차입금의 원리금. 둘째, 국가배상법에 따라 확정된 국가배상금. 셋째, 공공작금관리기금의 융자계정의 차입금의 원리금. 넷째, 그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정부가 부담하는 채무 등이다. 따라서 초과세수는 매년 늘어나는 국가부채의 조기 상환에 우선 활용되어야 한다.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정부예산의 의무지출 증가 및 공공부문 미적립연금부채의 현실화 등 국가부채가 증가할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추경의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편성된 추경이 사실상 국회의 철저한 심의 과정 없이 10일 내외의 초고속으로 심의·의결되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는 민생지원금이 지급된다는 내용 외에는 자신들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경기가 어떻게 좋아지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반영할 시간도 없었다. 더욱이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국회가 오히려 예산을 증액시켜 줌으로써 정부를 견제하여 국민의 세금을 절약해야 하는 국회의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독점적 민주당 국회와의 공동정부가 구성된 것이다.
추경 없는 민생안정은 없는가?
이미 수차례 민생지원금이 지급된 만큼 더 이상의 현금성 지원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국민 전반에 용돈 중독 현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민생지원금뿐 아니라 어떤 추경으로도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추경의 용도는 직접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나마 효과적일 수 있으나, 구조적 경제위기 하에서 오로지 민생안정을 위한 추경은 예산 낭비일 뿐이다. 경제의 활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구조 개혁이 민생안정이다. 정부가 진정한 민생안정을 원한다면 더 이상 추경이 필요 없는 민생안정의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의 능동적이고 적극적 노력 없이 민생안정은 불가능하다.
첫째, 국민 생활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 안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집값 안정이 주거 안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주택자 중과세 등의 부동산 정책은 주거생활이 개선되는 등의 국민 생활 안정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서민들의 전월세 등의 주거비 혹은 주거관련비용을 폭등시킨다. 즉, 1가구1주택 정책은 모든 국민에게 자가주택을 보장하는 정책도 아닐 뿐 아니라 ‘민생안정’을 위한 정책은 더더욱 아니다. 보유세 중과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역(-)자산효과가 맞물리면서 소비 위축이 심화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2026 OECD 한국 경제 보고서’는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양도소득세를 낮추는 조세중립적 부동산세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개인의 선택이 우선되면서 고용이 촉진되는 노동시장 정책이 절실하다. 민생안정은 고용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법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노란봉투법 등 노조친화적이고 반시장적 노동시장 개혁이 기업들의 고용 의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리고 청년 등 취약계층의 생계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시장은 기업의 선택에 따른 시장이다. 고용이 유연화될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들어야 기업은 고용을 늘린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의 정규직 중심 노동조합은 자신들이 속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만 실현할 뿐 결코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일자리는 자유로운 노동시장을 신뢰하는 기업만이 만들 수 있다.
셋째, AI 시대에 맞춘 장기적 고령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연금이나 노인 의료 관련 가계지출을 늘임으로써 경제적 불안정을 야기하게 된다. 이를 사회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정부는 재정지출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고령화의 가속화는 기초연금 등의 의무 지출과 국민연금과 공무원, 군인 등의 공적연금의 재정적자를 확대하면서 국가재정을 피폐화시킬 것이다. 노인 빈곤은 민생지원금이나 공공노인일자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중·고령 노인들이 자신의 노후안정을 위하여 스스로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고령자 친화적 노동시장과 복지제도가 선제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