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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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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쟁] 막대한 수출 속 지속되는 고환율의 원인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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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3
(출처 : 월드뷰 www.theworldview.co.kr 2026년 8월호)
오정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은 막대한 수출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기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 수출이 올해에는 9천억 달러를 겨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30.3% 증가한 9천24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한국 수출이 9천억 달러에 안착할 경우 지난해 7천382억 달러를 기록한 일본을 넘어서며 세계 5대 무역 강국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유례 없는 호황을 근거로 올해 수출 1조 달러 달성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한국 수출이 지난해 대비 44.2% 급증한 1조 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 1조 달러를 달성할 경우 한국 수출은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대 무역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렇게 달러를 많이 버는데도 환율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의 뉴노멀(새 기준)을 지속하는 데는 그만한 문제점이 있다. 과거 2000~2020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28.9원이었는데 이 수준이 2021년 중반 이후 1,300원대로 상승한 후 지금은 지난달 15일 1,500원 선을 넘은 뒤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이다. 1,500원대가 뉴노멀이 된 것이다. 미국 빅테크들의 한국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수입의 폭발적인 증가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의 뉴노멀을 지속하고 있다.
6월 8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주간거래에서 장중 달러당 1,550원을 웃돌자,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11시 45분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요인 이외에도 역외차액거래선도환(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에 9일에는 1,50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러한 당국의 구두개입도 1,500원대 추세를 꺾지는 못했다.
중동전쟁 불안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미국 연준이 6·17 공개시장조작회의(FOMC)에서 미국의 견고한 고용동향과 상승하는 물가동향을 고려해 매파적 동결을 단행했다. 매파적 동결은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았더라도, 조만간 인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금리 동결을 의미한다. 그래서 금년 중 한 번 정도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대응이 없으면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갈 우려가 있게 된다. 아울러 올해 들어 폭등한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110조 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원·달러 환율의 1,500원대 고공행진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 약세 심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첫째 이유는 국내 원화가 너무 많이 풀려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인기영합적 재정 살포다. 금년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728조 원에 달한다.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외에도 지역화폐, 아동수당, 농어촌 기본소득 등 이재명표 복지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우선 총량 면에서 보면 지난해 본예산 673조 3,000억 원보다 54조 7,000억 원(8.1%) 늘어난 ‘슈퍼’ 예산이다.
이미 농어촌에는 적지 않은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정부의 농촌소득 통계를 보면 연간 약 2,000만 원 정도가 외부 이전소득인데 대부분 정부 이전소득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월 15만 원의 농어민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월 15만 원의 농어민 기본소득 시범사업 1,703억 원은 농어촌 인구 감소지역 군(69개) 중 6개 군을 공모로 선정해 약 24만 명에게 월 15만 원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시범지역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확대는 시간문제다. 이 외에도 사회연대경제 구축을 위해 8조 6,000억 원의 예산을 증액한 것은 지금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복지지출은 한번 지원하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 여기에 저출생과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까지 더해보면 향후 복지 예산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해 “전쟁추경”이라는 이름으로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했다. 이번 추경예산안은 ▲ 국민의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 1,000억 원 ▲ 민생 안정 지원 2조 8,000억 원 ▲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 6,000억 원 ▲ 지방재정 보강 등 9조 7,000억 원 ▲ 국채상환 1조 원으로 구성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지급되었다. 이처럼 슈퍼예산 추경 등 현금성 재정 살포가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다.
둘째 이유는 재정 쪽에서 돈이 마구 풀리는데 한국은행이 이를 통제하지 않고 국채를 매입하는 등 이에 부응하는 정책을 펴면서 시중의 통화량이 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경우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하지 않으면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등 상당한 압박이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에 가해진다. 하는 수 없이 대개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한다. 이를 ‘재정의 통화화’라고 해서 대부분의 선진국은 금지하고 있다.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은 미국은 총통화(M2) 증가율이 4~5%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은 8~9%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2~3%, 성장률이 2% 내외이면 총통화(M2) 증가율은 4~5% 내외가 적정수준인데 그보다 많은 돈이 풀리고 있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상단기준 3.75%인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5%여서 한미 간 금리격차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임에도, 코로나 극복기에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한국은행은 낮은 금리를 유지했고, 그 여파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셋째 이유는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바꾸지 않고 해외에 재투자하려고 쌓아두는 규모가 적지 않아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연간 약 500억 달러 수준의 해외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자연히 해외에 쌓아두고 있는 달러 규모도 늘어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국 관세 압박으로 기업들이 해외 현지 투자를 늘리는 영향도 있지만,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친노조 정책이 국내 투자를 가로막은 측면도 있다.
서학개미들도 약 2,00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서 그 규모가 더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연금도 약 5,000억 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기업 외화예금도 약 1,000억 달러 수준이다. 거주자의 달러 투자 급증 배경으로는 한미 간 성장률 격차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미 양국의 잠재성장률도 상반된 흐름을 보인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하락을 지속하는 반면, 1인당 소득 9만 달러대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상승 중이다. 이 모두가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요인이다.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로 봐야 한다.
고환율은 방심해선 안 된다는 신호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악순환을 낳고, 결과적으로 서민들에게 타격을 입히며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물가가 오르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바닥 민생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수출이 잘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데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끊겨 저녁 장사를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더 살기 퍽퍽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 분야와 내수 시장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고물가로 인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소비 부진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자영업자들은 불어난 대출 이자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몇 년 새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 8,282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아울러 지난해 자영업자 실업급여 수급자는 3,820명, 지급액은 205억 2,600만 원으로 각각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가동률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형상 경제는 커졌는데 국민의 지갑은 더 얇아지는 양극화 불황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국 경제가 외형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특정 산업만 독주하고 나머지는 고사하는 K자형 양극화의 짙은 그늘에 가려져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환율이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할 경우 단기간에 급등할 우려가 있다. 1997년 12월의 경우 1,500원 돌파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하고 13일 만에 1,900원을 돌파한 적이 있다. 이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급격한 투자금 회수, 단기외채와 장기외채 중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이를 합해 유동외채라고 함)의 만기연장이 안 되면서 외환 부족 사태 발생 우려(1997년 외환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시장 안정 방안으로는 기업 투자환경의 획기적 개선(정책기조 대전환), 즉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기업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9만 달러대인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상승하는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는, 미국 정부가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은 친기업 정책을 펼치기는커녕 기업을 옭죄는 정책들이 줄지어 나오는 실정이다.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기업과 증권사, 금융회사, 국민연금 등을 압박하는 대증요법만으로는 해결 난망이다. 선심성 돈풀기는 중단하고, 제한된 재정은 성장동력 확충에 투자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금융시장은 저성장과 고주가, 고환율의 건전하지 못한 불균형 현상이 노정되면서 잘 못하면 제2의 외환위기를 우려할 정도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어야 해외에 막대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려고 돌아올 것이고 그 결과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국민연금, 서학개미들도 국내 투자로 회귀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 정부 정책 기조의 엄청난 대전환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만약 제2의 외환위기가 온다면 선진국 초입까지 도약해 있는 한국 경제가 추락하게 되어 국민이 도탄에 빠짐은 물론 현 정부도 실패한 정부가 되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될 것이다. 지금 정부는 지체 없이 시장을 압박하는 정책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는 정책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