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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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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근저당' 가능한 사람에게 더 유리한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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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30

(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 2026.7.29.)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똘똘한 한 채' 증세의 역효과 // 거시분석, 가계후생 감소 전망 // 현금 부자만 유리한 시장 우려

 

지난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로 부동산 세제 개편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똘똘한 한 채'가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함으로써 초고가 주택과 거주하지 않는 1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이 곧 발표될 개편안의 핵심임을 시사했다.

 

정부가 기대하는 경로는 분명하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집을 내놓고, 이렇게 매물이 늘어나면 집값이 내려간다. 그러면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줄여 자산 격차 축소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연구는 이 처방에 의문을 제기한다. 필자는 표준적인 거시경제 모형을 이용해 한국 경제에서 고가 주택을 보유한 가계에만 보유세율을 0.1%포인트 인상하는 정책의 장기 효과를 분석했다. 이 정책으로 주택 수요가 감소하지만 건설 산업이 위축되어 신규 주택 공급은 더 크게 줄어들었다. 결국 주택 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의 불평등도' 완화 효과도 미미했다. 고가 주택 보유세율 인상으로 주택자산 불평등도는 소폭 하락하지만, 금융자산의 불평등도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늘어난 보유세수를 정부 지출로 활용하든, 모든 가계에 똑같이 나눠주든 가계의 후생은 감소한다는 점이다.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 이전보다 더 작은 집, 더 질이 낮은 집에 살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유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매물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집값이 올라 보유세를 부담하기 어려운 고령 은퇴자들이 먼저 집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 집을 살 사람들은 돈줄이 막혔다. 규제지역에서는 집값이 비쌀수록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6억 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이 상한이다. 보유세를 더 물리려는 초고가 주택이야말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집인 것이다.

 

이 틈을 메운 것이 주택 매도자가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고 근저당을 설정해 두는 사금융,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이다. 이는 대출 규제가 만든 진풍경이다. 매매대금을 몇 년간 못 받아도 버틸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만 집을 팔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위험의 소재다. 은행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신용평가 체계를 갖췄지만 개인 주택 매도자는 그렇지 못하다. 주택 매수인이 이자를 연체하면 매도자가 직접 법원에 경매를 신청해 원리금을 회수해야 한다. 신용평가와 위험 관리에 비교우위가 있는 공적 금융을 배제하고, 비교우위가 없는 개인에게 신용 공급을 떠넘기는 비효율을 대출 규제가 유도하는 것이다.

 

그간 정부의 대출 규제로 수도권에서는 은행 대출 없이 현금 조달이 가능한 사람만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보유세 인상은 여기에 하나를 더 얹는다. 매매대금을 몇 년간 받지 못해도 버틸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만 집을 팔 수 있게 된다. 사는 쪽도 파는 쪽도 현금을 쥔 사람들의 몫으로 남고,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와 세부담에 밀려 집을 내놓는 고령 은퇴자는 시장 밖으로 밀려난다. 집값은 잡고 자산 격차는 줄이겠다는 정책이 정작 집값은 못 잡고 자산가만 거래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으로 이루려는 세상이 정말 이런 모습인지 묻고 싶다.